언제나 이 시간만 되면 막히는 이 길 난 그동안 군대도 다녀왔고 내가 태어났을 때보다 자장면은 열배나 비싸졌다는데 짬통같은 버스가 뒤굴뒤굴 굴러다니는 이 길은 보기 좋게 선심 써서 두 배 정도 좋아졌다 두 배쯤은 넓어졌다 나머지는 어디에 흘렸나 언제나 이 시간만 되면 울리는 전화 오늘은 또 어디서 날 부르나 처음 술을 배울 때처럼 술값 따윈 아직도 만만하기만 해 그래서 사람들은 벌컬벌컥 마셔대는 건가보다 그래 오늘 기분이다 내가 한번 쏴줄테다 어디 한번 맞아봐라 천국으로 보내주마 행복하게 달려라 날아라 하늘 끝까지 밟아라 엔진이 불타 터져버릴 때까지 말 좀 해다오 시내버스야 내 갈 곳이 어딘지 좀 말해다오 언제쯤 되야 내 차를 가질 수 있을까 오래전에 면허는 따놨는데 어쩜 까먹었을지 몰라 오락실에 들러서 점검해봐야지 예전처럼 똑같이 두근두근 내 마음은 설레지만 정말 예전과는 달라 몇 천배는 좋아졌다 몇 만배는 복잡하다 제비우스 갤러그 엑스리온 달려라 날아라 하늘 끝까지 밟아라 엔진이 불타 터져버릴 때까지 말 좀 해다오 시내버스야 내 갈 곳이 어딘지 좀 말해다오 이제는 집에 다 왔다 나는 내릴 거다 바퀴벌레만 나를 반기는 곳 그 곳으로 나는 향한다 그 녀석들과 함께 티비를 볼거다 여기저기 빨래가 나뒹구는 방에서 한판 자주고 내일 아침 다시 보자 구질구질한 세상아 버스에서 다시 보자 그때에는 어딘지 좀 알려다오 달려라 날아라 하늘 끝까지 밟아라 엔진이 불타 터져버릴 때까지 말 좀 해다오 시내버스야 말 좀 해다오 시내버스야 내 갈 곳이 어딘지 좀 말해다오 제발 말해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