굵은 비가 내리면 길게 흔들리는 그림자를 길러본 적 있어 항상 무릎이 젖었지 푸른 심연 속에서 네가 떠나가던 뒷모습과 붙잡을 수 없던 방향이 자꾸 쏟아지네 눈꺼풀이 없어 널 감을 수가 없어 붉어진 뒤에야 뒤늦게 일어나 심장을 말린다 버스를 놓친 저녁 늘어진 길 뒤에 위태롭게 쫓아오고 있는 그리움을 본 적이 있어 그건 시든 손으로 머리를 감싸 쥐고 여름 분수처럼 솟구쳐 올라 턱밑에서 지네 눈꺼풀이 없어 너를 감을 수가 없어 허우적거리는 손가락 사이로 나를 놓치지 마 눈꺼풀이 없어 비를 막을 수가 없어 녹아내리듯 잠들고 싶어 너를 보고 싶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