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아침 눈뜨니 기분이 이상해서 시간은 11시 반, 아, 피곤하구나 소주나 한 잔 마시고, 소주나 두 잔 마시고 소주나 석 잔 마시고 일어났다 할 일도 하나 없이 갈데도 없어서 집 뒤에 있는 언덕을, 아, 올라가면서 소리를 한번 지르고, 노래를 한번 부르니 옆에 있는 나무가 사라지더라 배는 조금 고프고 눈은 본 것 없어서 광복동에 들어가, 아, 국수나 한그릇 마시고 빠 문 앞에 기대어 치마 구경하다가 하품 네 번 하고서 집으로 왔다 방문을 열고 보니 반겨주는 개미 셋 "안녕하세요, 한선생 그간 오래간만이요", 하고 인사를 하네 소주나 한 잔 마시고, 소주나 두 잔 마시고 소주나 석 잔 마시고 눈을 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