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6년 1월 2일 내가 세상에 처음 고개 내민 날 누나와 형이 신나 날 만지려다 혼나 눈이 동그래진 날 엄마, 아빠의 눈가에 뜨거운 눈물이 세번째로 맺힌 날 당시엔 둘째까지인 보험 혜택을 못 받아 내 이름에 처음으로 영수증이 달린 날 내가 말을 틀쯤에 누나와 형과 함께 있던 놀이방에 공 풀장의 파도도 잔잔해지고 배꼽시계 소리가, ay 요란할 때 마침 엄마가 와 쓰다듬어보는 내 하루종일 주린 배 저녁 찬거리 가득인 장바구니엔 길게 또아릴 튼 저 흰 종이 뱀 아직도 기억이나 잊지 못해 적응이 안돼 많이 울던 유치원 땡-하고 종치면 짠 데리러 온 아빠의 거칠은 손이 나보다 무지 컸을 때 말없이 장난감 가게의 선물을 사주셨지 내 눈물이 그쳤을 즈음 '생일도 아닌데' 란 생각을 할 때 버려달라시던 영수증 보이는게 다인 나이 사춘기 아이, 딴 애들과의 사이에 차이가 이 갈릴 듯이 예민함이 과잉 적으로 쌓인 나의 시야에 차있는건 잘나가는 애들이 멘 가방 라이플 흔히 말해 일진스타일 life 확 줄여입던 험멜 카파 근데 내 현실은 겁나 큰 사이즈 마이 엄마에게 거짓말을해 이것저것 준비물이 필요하고 걔한텐 얻어먹은게 많아 내가 사줘야할 상황 토요일엔 C.A. 활동비 가져가야 하는데 이런저런 핑계로 탄 용돈으로 산 츄리닝 위아래 어디서 났냔 누나의 말에 친구가 줬다했지 주머니 속 영수증을 구긴 담에 그해 겨울 노스페이스 열풍 700에 혈안인 분위기인걸 엄마에게 털어놔 애들은 떡볶이보다 패딩 입는다고 구구절절 넘 비싸길래 폴햄으로 사왔단 엄마에게 갖은 불만을 다 퍼부었을즈음 화난 형의 눈초리와 초라하게 구겨져있던 엄마 손의 영수증 때론 위로를 위해 미련을 버려 혹은 내 욕심만을 채우려 털어 알량한 자존심을 내세우면서 저 속 깊이 숨긴 영수증처럼 좀처럼 마르지 않는 잉크 말리려 한숨을 쉬는 신세 부끄러움 감추려 부끄럽게도 걸 맞지 않는 사치를 부려 계속 인쇄 내 영수증이 처음 발행됐었던 그 날 그 값을 나 대신 부모님이 긁은 날 처음 고개를 내밀었을 때보다 머리가 큰 난 다짐하고 꿈꿨어 그 모든걸 내 손으로 찢는 날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