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지하 습기 가득히 찬 허름한 바닥 위 한껏 시끌벅적한 다섯 식구 작은 집 제각기 다른 모양, 색, 또 신발 크기 어렴풋이 남은 기억 이젠 까마득히 하루 일과의 끝, 엄마가 밥을 지을쯤 주책맞은 내 맨발은 또 현관을 기웃 다들 기다린 발자국의 소리가 멈춰설 때 들어오는 아빠의 가죽이 닳은 신 눈꼽 뗄 시간도 없이 차려지는 정신 분주히 준비하는 소음에 도가 튼 굿모닝 멀어지는 엄마의 또각 구두 소리에 몸을 일으키지 매일 똑같은 걸음이 하나 둘 집을 나서는 발소리들 딴 애들처럼 뭘 신을까 망설이는 고민 없이 내 손은 신발장에 들어가 관양시장에서 산 7000원짜리 운동화 새신을 신고 뛰어보자 폴짝 새신을 신고 뛰어가지 혼자 어느덧 실내화에서 삼선 슬리퍼로 빨리 체육시간에 공을 차고 싶었고 종치자마자 갈아신은 내 신발을 보고 껄렁한 친구가 뭔 메이커냐 말을 걸어 모르긴 몰라도 알건 알 듯했지 난 한쪽 입꼬리만 올라간 웃음과 닮은 저 신발 철없이 뛰노는 애들 틈에 내 초라한 걸음을 들키지 않게끔 바삐 뛴듯해 그덕인지 계주에 뽑혔지 나는 흙먼지 날리는 운동장 위 새 런닝화들 신호가 울리고 쫓기듯이 달려 냅다 주책맞게 뛰고나니 피가 나던 맨발 무거운 발걸음으로 돌아왔던 그 날 뭐가 부끄러웠는지 흘렸지 눈물을 처음으로 졸라 겨우 산 메이커 덩크화에 애써 걸음 맞추던 엄마의 닳은 구두 새신을 신고 뛰어보자 폴짝 새신을 신고 뛰어가지 혼자 아빠의 로퍼가 안전화로 바뀔즈음 친구 놈들에게 빌려 신던 신발 구두 대신 엄마가 운동화를 신고 다니실즈음 친한 형들한테 물려받던 신발 누나의 첫구두가 또각소릴 냈을 때 중고장터에서 뒤적이던 신발 군화를 신고 형이 첫 휴가를 나왔을 때쯤 돼서야 제 돈 주고 살 수 있던 새신발 머리 더 큰 나는 지금 그때의 덩크화를 신고 여기 명품관들이 넘치는 곳에 발을 디뎌 주저 없이 카드를 쥐고서 긁은 수많은 bill로 산 신발을 본 그 녀석들의 거품 같은 미소 그 땔 떠올려보니 눈에 어른거리는 초라한 내 걸음 거리가 제대로 펴졌지 팔자 으시대는 날 보고 친구가 말했지 '뭘 신든간 부끄러운 길은 걷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