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그대와 둘이 걷던 그 좁은 골목계단을 홀로 걸어요 그 옛날의 짙은 향기가 내 옆을 스치죠 널 떠나는 날 사실 난. 등 밑 처마 고드름과 참새소리 예쁜 이 마을에 살 거예요 소격동을 기억하나요 지금도 그대로 있죠 아주 늦은 밤 하얀 눈이 왔었죠 소복이 쌓이니 내 맘도 설렜죠 나는 그날 밤 단 한숨도 못 잤죠 잠들면 안돼요 눈을 뜨면 사라지죠 어느 날 갑자기 그 많던 냇물이 말라갔죠 내 어린 마음도 그 시냇물처럼 그렇게 말랐겠죠 너의 모든걸 두 눈에 담고 있었죠 소소한 하루가 넉넉했던 날 그러던 어느 날 세상이 뒤집혔죠 다들 꼭 잡아요 잠깐 사이에 사라지죠 잊고 싶진 않아요 하지만 나에겐 사진 한 장도 남아있지가 않죠 그저 되뇌면서 되뇌면서 나 그저 애를 쓸 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