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연히 기억나지 서울 작은 공연장 그때가 여름 방학 고2 아니면 고3 잠시 한국에 돌아왔을 때 만났던 내가 아마추어였을 때야 아마도 한동안은 첫사랑이라 믿었지 첫 이성과의 만남 헤어지고도 기다렸지 싸이월드 미니홈피에 올린 사랑 노래 손 오그라드는 그 가사들을 기억해 또 얘도 기억나 내가 한국에 돌아와 리미와 감자 웜맨형을 만나 홍대 바닥을 배워 나갈 때 일 거야 아마 처음 몇 백 명 앞에 무대 위로 나가 열여섯 마디 여럿이 같이 맞춰 입었던 옷이 어떻게 보였을진 몰라도 내가 좋다고 따라 다녔었잖아 괜찮다고 생각했지만 너무 장거리 연애였나 봐 갑자기 부산 해운대 바다가 기억나 이때 여자를 처음으로 안아서 술집에서 일하던 애도 기억나 미안해 그때는 작업하느라고 참 바빴어 전화를 걸어도 일부러 안 받어 모두 마찬가지로 이미 잘 알잖아 나를 버렸던 아니면 잊어버렸던 여기 전부가 지금 와 내게 연락을 하는 건 내 기억 속의 너와 전혀 닮지 않은걸 똑같은 장면이라면 오 난 테입을 뒤로 감지 않을래 너는 달랐으면 해 자신을 똑바로 들여다봤으면 해 나와 널 우리로 가두기 전에 가도 돼 이건 아마도 날 비추는 조명 때문에 아니면 날 쳐다보는 표정들 때문에 어쩌면 공연장에 가득 찬 환호 그것도 아니면 바보상자의 화면 때문에 돈 때문에 그 눈에 비춰진 모습 도대체 무엇 때문에 결국 날 찾아왔는지 정말 궁금해져 거짓말 없이 대답할 수 있니 내 물음에 어 내 이름이 클럽의 초대 목록에 돈 내지 않은 술 때문에 몽롱해 전엔 날 밀어냈었는데 거꾸로 날 데려가려 하지 잠자리에 내게 물어 아무 고민 없이 항상 행복하지 가진 꿈이 진짜로 현실이 되었잖니 질문하지 단지 그 허울을 보며 거울 속을 들여다보면 내 기억 속의 나와 전혀 닮지 않은걸 똑같은 장면이라면 오 난 테입을 뒤로 감지 않을래 너는 달랐으면 해 자신을 똑바로 들여다봤으면 해 나와 널 우리로 가두기 전에 가도 돼 여기 음악은 시끄러워 친구들에게 이끌려서 결국엔 공연 뒤풀이에 지금 다가오고 있는 여자 봐 비틀거리네 갑자기 내 귓볼을 핥아 다른 남자한테도 계속 귓속말하다가 결국 넘어지면서 내 술을 엎질러서 자리를 옮겼어 이런 모습에 질려서 지금 내 옆자리엔 수시로 상대가 뒤바뀌네 결국 밖으로 나갔지 벗어나기 위해 억지로 어울리진 않아 잠자기 위해 바로 그때 일 거야 친구가 널 데려온 건 넌 몰랐을 걸 난 단지 돈 내러온 걸 우리들 다 그때는 빈털터리였거든 따라왔어 그냥 빌려주긴 싫었거든 여자 세 명을 둘러싼 남자들 중에 나만 어수룩하고 말도 못 건네는 듯해 표정이 어두워 겁냈었는데 난 겁냈었는데 너는 달랐으면 해 날 똑바로 들여다봐 줬으면 해 넌 겁냈었는데 내 기억도 시야도 계속 흐릿해 술 속에 아니면 이 꿈속에 분명히 팔짱 낀 두 팔이 어느새 내 두 손에 입술 속엔 어둠은 사라진 채 분홍색 또 무섭게 요동쳐왔던 이 천둥번개를 뚫어 과거를 넘어 찾아냈지 무지개 무지 티에 번지고 있어 많은 색깔들이 시꺼매진 껍데기는 결국 서로 벗어 던지네 새로이 백지 위에 숨겨온 둘의 알맹이를 그리네 그림은 허전하지 않아 서로의 색을 입히니 이제는 멍들지 않아 믿음도 깊게 칠하니 놓지 않는 이상 영원히 작품은 미완성 이겠지만 이미 아름다움이 지나쳐 어두운 과거마저 바꿔내 너가 흘렸던 빨강색에 내 하얀색을 더해 꿈속의 널 나의 현실로 데려와